
“구구단도 몰랐는데 한글 배워 시 쓰니 뿌듯해요”
2018. 07. 11
“어린 시절 학교에 가고 싶어서 어린 남동생을 등에 업고 학교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 때는 글을 몰라서 학교에서 나오는 소리가 구구단인지 노래인지 알지못해 서러웠는데 이제야 구구단을 배울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지난 6일 광주시 서구 화정동 광주서구노인종합복지관 2층 누리마당.
자작시를 또박또박 써내려가던 최순옥(77) 할머니는 목이 메었다.
어렸을 적 집안의 어려움으로 인해 학교를 다닐 수 없었던 최 할머니는 가난 때문에 배움의 기회를 놓쳐 평생 이름 석자를 못쓰는 문맹으로 살아야 했다.
최 할머니는 제대로 배우지 못한 한이 늘 가슴속에 있었다면서 늦은 나이에서야 프로그램을 통해 평생을 배우고 싶었던 구구단을 배웠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글을 몰라 애를 먹은 적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혼자서는 도저히 갈수 없었던 은행도 방문하는 등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 할머니는 “한글을 몰라서 구구단인지 노래인지 알지 못해 서러웠는데 교실에서 구구단을 배우고 있고 그 배움의 기쁨을 시로 표현했다”고 말했다.
남용숙(75) 할머니도 최근 배움의 기쁨을 얻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공부할 수 없었고 성인이 된 후에는 가정을 돌보느라 공부 할 기회를 놓쳐 ‘까막눈’으로 살아야했다.
그러던 남 할머니는 3년 전 서구노인종합복지관의 한글반에 입학해 글을 깨우쳤다.
남 할머니는 “이번 6·13지방선거 때 처음으로 후보자의 이름과 공약을 제대로 읽고 투표할 수 있어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최순옥 할머니의 ‘구구단 노래’
광주서구노인종합복지관은 지난 2009년부터 성인문해교육지원사업을 진행해 성인(만 60세 이상)을 대상으로 단계별 문해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45명의 어르신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성인문해교육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어르신 45명이 한글을 공부하면서 인생을 시로 표현하는 시간을 가졌다.
서구노인종합복지관은 어르신들께서 직접 작성한 글과, 그림으로 총 23개 작품 중 2개의 작품을 9월에 열릴 전국성인문해시화전에 공모할 예정이다.
전석복 서구노인종합복지관장은 “단순한 한글 교육을 넘어 배움의 즐거움과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재능교육을 지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한영 기자 young@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