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절이 더 외로워”…쓸쓸한 농촌 홀로 노인들
2017.10.02
5년 전 외아들이 세상을 떠난 뒤 홀로 살고 있는 김정자(가명·82) 할머니는 명절이 더 외롭다.
민족 최대명절인 추석을 맞아 충북 청주시 청원구 북이면에 사는 김 할머니의 집을 찾은 가족들이 없었다.
이웃집에는 가족 친지가 모여 웃음꽃을 피우지만 그는 연휴 내내 TV를 보는 것으로 외로움을 달랜다.
가족이 없는 건 아니다. 50, 60대 두 딸이 있지만 “이번 연휴기간에 찾아뵙지 못해 죄송하다”는 전화 연락만 받았을 뿐이다.
다행히 전형적인 시골마을이어서 귀향한 이웃들이 찾아 안부를 묻는 것을 위안으로 삼는다.
하지만 음식을 준비하지 않아 대접을 할 수도 없고, 이들을 보면 죽은 아들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다.
김 할머니는 “내가 얼른 죽어야지”라는 혼잣말을 입에 달고 산다.
노인의 날인 2일. 김 할머니처럼 명절이 괴로운 노인이 늘고 있다.
가족 친지가 모여 웃음꽃이 피우는 명절 연휴가 일부 노년층에게는 깊은 외로움과 싸워야 하는 ‘괴로운 시간’이 되고 있다.
통계청의 ‘2016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11월1일 기준 65세 이상 인구는 677만 5000명으로 집계됐다
노인 중에서는 가족들과 함께 살지 못하고 요양시설에서 지내거나 홀로 사는 노인들이 크게 늘어났다.
노인 혼자서만 사는 고령자 1인가구는 2015년 122만 3000가구에서 지난해 129만 400가구로 5.8% 증가했다.
충북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9월말 현재 도내 독거노인은 6만6222명에 이른다.
이들은 김 할머니처럼 외로운 명절을 보낼 수밖에 없다.
말벗이 돼주던 노인 도우미와 평소 찾던 사회복지관도 명절에는 방문할 수 없어서다.
인천에 사는 서본원씨(54)는 “젊어서 타지에 나가 명절 때 시골에 내려오는데, 어머니 또래 동네 아주머니들의 허리가 굽는 것 같다”며 “동네를 돌며 인사는 드리지만 갈수록 홀로 계시는 분들이 늘어 걱정”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서 씨는 김 할머니와 같은 동네 출신이다.
전문가들은 명절 직후 우울증을 호소하는 노인들이 늘어난다며 관리와 관심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충북도 노인복지과 관계자는 “명절 이후 우울증 호소하는 노인들이 상당하다”며 “독거노인이나 배우자가 먼저 세상을 떠난 경우 행복해야할 명절에 상대적으로 더 큰 외로움을 느끼는 만큼 주위의 관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